퇴사를 한지 시간이 꽤 지났다. 나를 포함한 모든 개발자와 디자이너 분들이 회사의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권고사직 을 통보받았고, 1년 동안 공을 들인 프로젝트는 하루 아침에 쓸모 없는 코드 덩어리가 되었다.끝맺지 못해 많이 아쉬운 프로젝트이지만 이번 회고를 통해 내용을 정리하고 또 미련과 아쉬움을 잊으려 한다.
마치 손톱에 생긴 거스러미를 계속 만지다 보면 결국 피가 날 때까지 만지게 되는 것처럼, 더 이상 미련과 아쉬움으로 남길 수 없기 때문에 손톱깎이로 거스러미를 잘라내듯, 이번 회고를 기억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우리 프로젝트 팀에는 기획자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직접 화면을 구상하고 기능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었다. 와이어프레임도 다른 음식 배달 플랫폼은 어떻게 구성을 했고 또 어떤 것을 참조로 하여 페이지를 구상할지에 대한 고민들도 많이 했다. 디자인이 완전히 다 나오지 않았을 때는 코드를 짜는 것 보다. 화면을 구상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보냈던 기억이 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나는 기획자가 아닌데 왜 기능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 까지 신경을 써야하지?’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지만, 그 만큼 기능에 대해 깊게 고민을 했기 이런 기능이 왜 필요한지 또 이런 기능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가 확실히 눈에 보였다. 이러한 고민들 덕에 웹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페이지들을 볼 수 있었고 다른 플랫폼에서 이 기능을 왜 이곳에 배치 했는지 입체적인 시각에서 프로젝트를 볼 수 있었다. 물론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코드를 잘 짜는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능에 대해 조금 더 생각을 해보면 단순히 코드를 짜는게 아닌 깊이 있는 생각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또 그만큼 프로덕트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는 것 같다. 스타트업인 만큼 기획자가 없을 수도 또 바쁜 나머지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못 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노력들이 결국 더 좋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 팀의 일이기 때문에, 주어진 역할을 넘어서는 고민과 노력은 항상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기획이 아닌 다른 부분일지라도 말이다.
입사를 하고 소셜 로그인, 결제 모듈 연동 등 생전 처음보는 기능 구현을 담당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서버와 클라이언트 간의 통신을 넘어, 소셜 로그인과 결제 같은 외부 서비스와 연결이 된 한 층 더 복잡한 기능이었고 일단 데이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떤 작업을 해야할지 혼자 고민하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두 일 모두 내가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같이 협업하던 백엔드 개발자 분이 도와주셨다. 다른건 몰라도 나는 인복이 좋나보다.
소셜 로그인 때는 직접 내 자리로 찾아와 주시고 ‘어떤 부분에서 어떤 값을 구글에 넘겨야 되고 URL에 생성된 문자열 중 일부를 저에게 받아서 보내주시면, 토큰이 생성될 거에요’ 라고 끝까지 같이 확인해 주셨다. 그래서 로그인 기능은 하루 안에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결제는 웹 상에서 진행되는 결제는 소셜 로그인과 어느 정도 플로우가 비슷해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딥 링크로 앱을 열어서 결제하는 부분 즉 앱 결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사실 저 당시에 딥링크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려움을 겪을 것을 알고 있었던 개발자 분이 회의가 끝나자 마자 ‘딥 링크로 처리해서 구현하면 될거 에요’ 라는 말을 남기셨다. 그리고 바로 자리에 앉자마자 결제 플로우가 담긴 결제 사 웹 페이지 링크를 주셨다. 그 덕분에 어려웠지만 많은 시간을 단축 할 수 있었다. 구글링한 결과 비슷한 로직이 있어서 참고를 했고 그 로직을 기반으로 기능을 완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