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다시 되짚어 보고 싶어 이 글을 써 본다. 흐릿해지는 기억들이 잊히기 전에 이렇게 글로 남겨보려 한다.
개발을 하기 전에 나는 엔지니어였다. 나름 계속 다니기도 괜찮은 회사었고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으며, 업무 난이도도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 엔지니어가 되는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뜻이 큰 영향을 줬다. 수능을 망친 나는 앞으로의 길에 대한 선택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고, 현실적으로 어떤 것을 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랬기 때문에 아버지의 권유로 기계설계의 길을 선택했고,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첫 직장을 다니게 되었다. 1년 반을 약간 넘게 회사를 다녔고, 더 늦기 전에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다른 업종과는 다르게, 개발자들은 서로 알고 있는 지식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논의하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내가 이전에 일하던 분야에서는 어떤 것에 대해 안다는 것이 개인의 자산으로 여겨졌고, 그러한 자산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반대로, 무언가를 모른다는 것은 약점으로 간주되었으며, 그 약점은 곧 무능력으로 평가되곤 했다. 질문조차 결례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고,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는 구조가 나에게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또한, 개발은 끊임없이 배움을 요구하며, 많은 개발자들이 그러한 배움에 열정을 쏟고 있다는 점이 매우 멋지게 느껴졌다. 물론 배움은 모든 업무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개발은 유독 더 그렇다. 오늘의 최선의 방법이 내일은 더 나은 대안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웹 개발의 변화 속도는 특히 빠르고, 그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의 모습은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과거 직장에서 부품의 안정성을 테스트할 때, 몇몇 메뉴얼은 작성된 지 10년이 넘은 문서들이었다. 하지만 개발 생태계에서 10년 전 기술은 이미 오래 전에 도태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개발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더 의미 있는 것을 배우고 채워나가고 싶다는 갈증이 커졌다.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개발을 선택했다.
